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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아우터 스타일링은 블랙컬러로 시크하게 연출하거나 크레이지한 컬러패딩으로 유니크하거나 펑키하게 연출하는 ... " 


이 문장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전문가임을 티내려는 걸까? 아니면, 영어를 안다고 잘난 척 하려는 걸까? 그런데, 이런 문장은 의상 디자인에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 몇 년전 국내 개발 관련 컨퍼런스에서 이런 저런 발표를 듣고 있는데, 함께 듣던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무슨 발표 자료를 다 영어로 만들었어요. 영어 잘 한다고 잘난체하려는 건지.... 말 중간 중간에도 어찌나 영어 단어를 많이 쓰는지 짜증나더라구요."


정말이지 발표자의 자료는 온통 영어였고 (영어 단어, 영어 문장, 영어 이미지), 한글로 된 건 발표자의 이름 뿐이었다. 물론, 발표하는 내내 영어 단어를 많이 섞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얼마전에 다른 컨퍼런스에 사용된 발표자료를 봤는데, 뜨아... 이것도 역시나 온통 영어였다. 물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퍼런스는 아니었고 국내에서 한국 개발자들을 위해 개최된 그런 컨퍼런스였다.


청자는 어디로?


후배는 다음과 같이 심정이었을 것이다.

발표자가 발표를 시작했는데 영어가 펼쳐진다. 발표자는 그 화면과 관련된 내용을 한글과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한다. 젠장, 난 집중해서 재빠르게 영어 문장을 읽어서 그 내용을 이해한 다음에 발표자가 하는 말과 내 눈에 비치는 문장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영어를 재빠르게 읽는 능력이 없을 뿐더러 영어 자료와 한국어(물론, 영어 단어가 많이 섞인) 발표가 잘 섞이지도 않는다. 안 그래도 이해 안 되는 내용이 더 이해가 안 되기 시작한다. 이번 시간은 포기다.

그래, 결국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발표자는 단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러 나온 건 아닐 것이다. 그 지식을 함께 나누기 위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영어로 범벅이 된 자료라니, 거기에 영어로 된 단어 남발이라니..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의 특성상 영어 단어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게다가, 특정 단어는  영어 단어를 사용할 때 그 의미가 명확하게 와 닿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통 영어 문장에 영어 단어인 발표자료를 모든 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99% 영어로 된 자료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컨퍼런스에서 발표자가 취할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차라리 깨알같은 글씨로 만든 한글 발표 자료는 읽을수라도 있다. 그런데, 영어로 된 자료는 지식을 얻어갈 가능성을 박탈해버린다. 이럴거면 시간 내서 컨퍼런스에 참여한 이유가 없어진다.


발표자가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은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컨퍼런스들은 영어 자랑보다는 지식 공유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그런 발표자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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