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역할을 할 때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가 요즘과 같은 평가 기간이다. 흔히 성과와 역량을 평가하는데 현재 조직에서는 평가해야 할 역량 항목이 적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싶겠지만 모든 항목을 높게 받을 수는 없다. 전 역량 항목이 높다는 것은 마치 국영수 평균이 90점 이상인데 100미터를 12초에 뛰고 노래방 가수 수준에 그림도 잘 그리며 음식 또한 맛있게 하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데 거기에 성격 좋고 이타적인 것도 모잘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것과 같다.
역량 평가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기대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기대하는 수준은 직급/연차/연봉 등을 고려한 기대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즉 기대하는 수준은 일반적인 평가에서 중간 값인 B에 해당한다.
동일 직급/연차 대비 상대적으로 잘하는(또는 그렇게 느껴지는) 항목이 있다면 중간 값보다 한 칸 위인 A로 평가한다. 다시 말하지만 동일 직급/연차 대비 잘해야 A다. 과장한테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과장이 사원보다 잘한다 해서 해당 역량을 A로 평가할 수는 없다.
S는 정말 뛰어나야 줄 수 있다. 정말 뛰어나다는 건 회사에서 그 역량 하나 만큼은 최고라는 뜻이다. 그냥 좀 하네 정도가 아니다.
어떤 항목은 A로 평가하기도 C로 평가하기도 애매하다. '책임감' 같은 항목이 그렇다. 매사에 일을 대충하고 기대하는 만큼 하지 않으면 '책임감'을 C로 평가하겠지만 단순히 일을 열심히 했다고 '책임감'을 A로 평가할 수는 없다. '열정', '소통', '윤리'와 같은 항목도 비슷하다. 특별히 못하면 티가 나지만 이 역시 남보다 내가 특별히 더 잘한다고 말하기 힘든 항목이다. 내가 옆 동료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윤리적이어야 하나?
이렇다 보니 결국 역량 평가 결과는 '기대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A를 절반 이상 받고 나머지는 부족한 점이 없어야 A와 B 사이인 B+를 받을 수 있는데 절반 이상의 역량을 '기대하는 수준' 이상 받기란 쉬운 게 아니다. 주변 동료보다 몇몇 항목은 뛰어날 수 있지만 절반이 넘는 역량 항목에서 뛰어나기란 쉽지 않다.
근데 이게 문제다. 직군에 따라 항목별로 가중치라도 있어야 역량 평가에 차이가 날텐데 다수가 비슷한 점수를 받는다. 이럴거면 뭐하러 역량 평가를 하나. 평가를 하는 사람도 평가를 받는 사람도 만족할 수 없는 방식이다. 1년 농사를 망치는 기분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