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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전만 해도 굉장한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뛰어난 설계 능력과 코딩 속도를 자랑하는 그런 실력자 말이다. 이런 막연한 목표는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 3-4년 정도 경력을 쌓는 동안 '적당히 잘하는 개발자'로 원하는 수준이 바뀌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굉장한' 개발자가 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나름 노력하면 될 수 있는 '적당히 잘하는'으로 목표를 낮춘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뭔가 대단한 걸 만들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이 만든 거라도 잘 쓰면 다행이란 생각을 하시 시작했다.

사회 초년기에 또 하나 깨달은 건 '기술'만으로는 일이 되지 않으며 기술은 일이 되게 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기술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꽤 많은 프로젝트가 기술 난이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실패하는 것을 경험했다. 기술에 대한 욕심이 줄고 다가올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역량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다다르고 싶은 수준이 내려가고 기술 외에 다른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접하는 책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피플 웨어', '테크니컬 리더(BTL)', '프로젝트 생존 전략', '스크럼'과 같이 구현 기술은 아니지만 개발과 연관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썩은사과'나 '인간력'과 같은 사람에 대한 책도 읽기 시작했다. 이런 책은 개발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적당히 잘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했고 이를 위해 테스트 코드처럼 효율을 높이는 수단을 찾아 학습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지식도 일부 학습했다. 당장 이해할 수 없는 주제가 많았지만 여러 번 책을 읽고 실제로 적용해 보면서 체득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지식은 개발하는 사고의 틀을 제공해 주었고 생산성을 높여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많은 뛰어난 개발자가 좋다고 알려준 것도 다 못하고 있고, 배틀을 해서 이길 만큼 개발 지식이 넓지도 깊지도 않으며, 개발 리더로서의 자질도 부족해 팀장 역할이 힘겨울 때가 많다. 애초에 높은 경지가 목표가 아니었기에 당연한 모습이다.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적당히 잘하는 수준은 되었다는 것이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고수는 아니나 그래도 중간 이상의 결과는 만들 수 있는 개발자는 되었다.

꽤 긴 경력에 이 정도 밖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20대 초반에 상상한 그런 초고수는 아니지만 지금의 모습에 아쉬움은 없다. 부족한 게 많지만 조금 더 갈고닦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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