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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거창한 목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전체적인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말 거창하다. 나 스스로도 고수가 아닌 상황에서 이런 거창한 목표를 잡은 건, 많은 프로그래머들을 중수로만 끌어올릴 수 있어도 한국의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 주제에 이런 걸 할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아주 강하게 든다. 하지만, 학원/학교/회사들은 프로그래머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 보단 당장 써 먹어야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데 급급하고, 프로그래머 스스로 자신을 끌어올리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보면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가득하고, 이 바닥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고급 인력은 항상 모자라다. 프로그래머가 만드는 최종 결과물인 코드의 품질은 높아질 줄 모르고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개선하는 비용은 점점 증가하기만 한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고난이도의 지식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그런 것이 아닌 몸으로 떼우고 시간으로 떼우는 노동 집약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지식 집약이 아닌 노동 집약이라니... 이러다 보니 미국에서는 선망의 직업인 프로그래머가 한국에서는 기피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예를 들면, SKP나 쿠팡 같은 곳에서 프로그래머를 높은 연봉으로 빨아가는 것) 여전히 많은 고용주는 프로그래머를 벽돌 쌓는데 필요한 일용직 잡부 정도로 생각하는 곳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런 인식 하에서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라곤 시간 투입을 늘려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 뿐이다. 이러다보니 피고용인인 프로그래머들도 더 적은 시간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즉, 본인을 성장시키기 보다는), 벽돌 쌓는 기술을 연마하고 시간을 늘려서 일하거나(즉, 잡소리 듣기 싫어서 적당히 눈치봐가며 일하거나) 피똥싸가며 일을 하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은 고용인도 피고용인도 서로를 망치는 결과(프로젝트의 오픈 일정이 끝도 없이 뒤로 밀리고,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엉망이고, 오픈 후에도 유지보수에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만 초래할 뿐 윈-윈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회사-프로그래머-사회에 걸쳐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한 가지 반드시 필요한 변화는 프로그래머들 스스로가 노동 집약이 아닌 지식 집약적인 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머 스스로가 전문가로서 성장하지 않고서는 프로그래머를 일용직 잡부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은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거고, 프로그래머를 이곳 저곳에 팔아먹는 인력 사무소만 활개칠 것이다. 지금도 내 폰엔 개발자 필요 없냐는 인력 사무소의 문자가 왔다.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거창한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그래, 프로그래머들의 역량을 한 단계 올려 보자!"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지 여부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프로그래머들의 역량을 올려줄 수 있는 것이라면 일단 시작해보자. 하다보면 결론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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